정나라 무공(武公)이 호(胡)를 치고자 하였다. 그는 공주를 호의 군주에게 시집보낸 후 신하들을 모아 놓고 물었다. “나는 이제 전쟁을 벌여 영토를 확장하고자 하는데, 어느 나라를 쳤으면 좋겠는가?” 그러자 관기사란 신하가 말하였다. “호를 쳐야 합니다.” 이에 무공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호는 우리와 형제국이다. 그런데 그를 치라니!” 그러면서 관기사를 사형에 처하였다. 이 말을 전해 들은 호나라 군주는 마음 놓고 정나라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했다. 정은 그 기회를 이용해 호를 공략, 쉽게 정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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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에 부자 하나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큰 비가 내려 담이 무너졌다. 그러자 그의 아들이 말했다. “담을 고치지 않으면 도둑이 들지 모릅니다.” 잠시 후 이웃사람이 와서 같은 말을 했다. “빨리 고치십시오. 도둑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 밤 도둑이 들었다. 그러자 부자는 자신의 아들에 대해서는 판단력이 뛰어나다고 여긴 반면 충고를 해 준 이웃에 대해서는 의심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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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기사와 이웃사람의 말은 모두 맞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말 때문에 화를 입었으니 사실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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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미자하란 미소년이 위(衛)나라 왕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의 병이 위중하다는 말을 들은 미자하는 임금의 명을 사칭하여 임금의 수레를 타고 집에 다녀왔다. 위나라 법에 따르면 이는 다리 절단에 해당하는 죄였다. 그러나 후에 이 사실을 안 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미자하의 효성이 얼마나 지극한가! 그는 자신의 다리보다 어머니를 더 중하게 여겼도다.” 또 어느 날인가는 임금이 복숭아밭에 산책을 갔는데 복숭아 하나를 먹던 미자하가 나머지를 왕에게 바쳤다. 그러자 왕이 말했다. “미자하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구나. 자신이 먹던 것이란 사실조차 잊고 내게 바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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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용모가 쇠하고 임금의 사랑 또한 식게 되었다. 그러자 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미자하는 내 명령을 사칭하고 내 수레를 훔쳐 탔을 뿐 아니라 제가 먹던 복숭아를 나에게 준 녀석이다. 용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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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하의 행동은 처음과 나중이 다르지 않았으나 처음에는 칭찬을 받았고 후에는 벌을 받았으니 이는 군주의 사랑이 변한 까닭이다. 신하가 군주의 총애를 받을 때는 그의 지혜 또한 군주의 마음에 들 것이지만 총애가 사라지고 나면 뛰어난 지혜마저도 벌을 받게 된다. 왕에게 유세를 하고자 할 때는 우선 왕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용은 길들이면 타고 다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목에는 역린(逆鱗)이라 해서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그것을 만지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된다. 군주에게도 역린이 있으니 그에게 유세하고자 하는 자는 역린을 건드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유세는 대체로 성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