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재 옛길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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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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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가을에 나는,
오후의 햇빛을 받으며 떨어지는 이른 낙엽이나 툭툭 차다가
반짝이며 시간이 흐르는 강가에 앉아 별뜻 없이 사랑노래나 흥얼대다가 쐬주 한 모금에
단풍이 되어 뒹굴고 싶단 말이다.
오는 듯 하다가 금세 도로 가버리는,
짧은 가을의 팔짱을 부여잡고 억새 한들 한들 춤추는 좁은 길을 걸어가서
낮은 산기슭 높은 가지 위에 걸린 붉은 감에게 닿지 않는 손을 뻗으며
입맛을 다시고 싶단 말이다.
산너머로 석양이 떠나고 초막이 어둠에 잠기면
작은 화로에 불 피워 놓고 홀로 목놓아 울 것이다.
울음소리 하나가 골짜기를 울리고 검은 강물을 타고나가 먼 바다에 닿을 때까지,
텅빈 무밭의 흙더미 위에 하얀 서리가 내리도록
울고 싶단 말이다.
김행인
※ 보광재는 과거 구이·임실 주민들의 통학로이자, 전주남부시장에 농산물을 팔거나 사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길로 많은 시민들의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는 옛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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