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멸신호
박병윤
폭설에 초행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따금 뒤돌아서 지나온 길 복기하고
닿을 곳 이르고 나자 머무름 잠간이다
나름 과속 이었던가 돌아갈 땅 아득한데
유턴하는 내리막고개 곱사등 한 짐이다
점멸등 깜박거리며 천천히 가라 손짓하네
Q 본인 소개를 해 주세요.
동상면에서 태어났죠.
동상면은 옛날에 8대 오지라고 했고 면장을 자칭해서 왔는데, 여기 와서 시도 쓰고 여러 가지 즐거운 일이 많았습니다.
작년 8월에 동상면에 부임을 했는데 사실은 3년 전 제가 승진을 할 때 오고 싶었던 곳이었어요.
오고 싶었던 이유는 동상면의 주민들이 살았던 삶의 이야기를 제가 알고 있고, 공무원이자 시조시인인데 주민의 문화적 역사적 이야기를 삶의 이야기로 쓰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이번에 작년 8월에 와서 올해까지 해서 시집을 내게 됐죠.
Q ‘홍시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 시집 소개를 해 주세요.
시집은 주인공이 100여명이 되는 주민들이예요.
엮은이는 저지만, 코로나-19때 이 책을 내면서 주민들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고, 대부분 시인들은 자기 시를 쓰지 어른들이 살았던 삶을 구술하고 채록해서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로 그분들의 이름으로 시를 내지는 않는데 이번에 이야기 시가 만들어졌어요.
백석시인이 이야기 시를 많이 썼는데 구술한 내용이 나의 삶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이기 때문에 그 분들의 이름을 넣어주고 시인인 내가 아주 순수한 그분들의 목소리의 시를 담아내는 작업을 했거든요.
그래서 133편의 시가 나왔는데 그 시가 이렇게 알려질지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어요.
Q 시집의 내용은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을 만나 주지도 않았어요.
결국은 면장인 내가 직접 써봐야겠다, 마음을 먹고, 작년 8월부터 연말까지 작업을 했고, 완성은 올해 3월에 하게 됐죠.
시집은 6편으로 정리가 됐거든요.
나이가 가장 많이 드신 100세분의 이야기부터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 1편에 담았고, 2편은 경로당에서 하는 할머니들의 삶의 이야기가 있어요.
그 이야기를 풍자하는 시를 담았고 3편부터는 귀농귀촌, 그 다음에 여기에 살고 있는 외부인들의 이야기, 그 다음에 동상면에 살고 있는 작가들이 있어요.
그 분들의 글 등등 여러 가지를 담았죠.
Q 이 책을 내는데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구요?
대표적인 분이 수필가인 국중하 회장,
‘기억속의 들꽃’ ‘완장’ 지금 쓰고 있는 ‘문신’ 등 한국예술원의 유명한 소설가인 윤홍길작가,
그 분이 출판기념회를 할 때 구술시 채록을 해서 이렇게 글을 낸 사례는 아마 최초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시인들은 모두 자기 시를 쓰는데 어른들의 삶을 구술해서 쓰는 이 시는 정말 가치 있는 작업이며,
구술시인으로 박병윤 작가는 깃발을 꼽게 됐고 앞으로도 그런 작업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는 격려를 하셨습니다.
Q 앞으로 이런 작업은 계속 하실 생각이세요?
채록하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자식들이 할머니를 만나면 위험하다고 방문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도 계셨고 100세 어르신은 12번을 만났는데 귀가 어두워서 아들의 도움 없이는 힘들었거든요.
굉장히 힘들었어요.
앞으로도 만약에 이런 작업을 한다면 저는 계속 할 거예요.
살아왔던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그것 다 묻어버리거든요.
자기 살았던 삶의 이야기를,
적어도 대한민국의 100세 이상 되는 어르신들의 삶 그 이야기만을 채록해서 쓰고 싶은 욕심,
어느 섬 지역의 마을 사람들,
이북 사람들,
청산도 사람들 이야기,
어느 시골의 마을 이야기 이런 것 들을 주제로 해서 지금 머릿속에 기획을 하는 게 있어요.
Q 많이 알려져서 기쁘시겠어요.
기쁨이 2배가 되는 요인이 있어요.
첫번째는 제가 시인이고 시조시인이면서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니라는 거죠.
물론 나의 이야기와 나의 시도 잡지에다 내고 있지만 제 시집을 쓰기에 앞서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야기 시로 쓰고,
그 분들의 이름까지 넣어서 써주기 때문에 그분이 좋아해요.
자기 삶의 이야기 가치는, 결국 문학이라는 가치예요.
내가 뭘 잘 써서 문학의 가치도 느낄 수 있지만,
90세 이상 100세 글도 모르는 분들의 삶을 채록해서 그 분의 이야기를 써주는 것,
그걸 시로 써 줄 수 있다는 것을 상상도 못 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게 가능 하다는 것을 이 책에서 확실히 볼 수 있거든요.
Q 감성 공무원은 처음부터 꿈꾸셨나요?
93년도 공무원을 시작했을 때 완주군의 완주신문이 있었어요.
거기에 만화 연재를 했어요.
만화를 100회 연재를 하게 됐거든요.
그때도 면에 근무하다가 발탁 되어서 갔거든요.
공보실로 가서 만화 100회 그리다가 내무과로 발탁이 됐어요.
제 직장 생활에 있어서 그림과 문학은 굉장히 도움이 되기도 하고 주민들과 함께 매끄럽게 굴러 갈 수 있는 가교적인 역할도 됐다고 봅니다.
Q 앞으로 공무원 생활을 어떻게 이어 나가고 싶으세요?
공무원 생활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일을 할 때 가급적이면 제가 가지고 있는 시나 문학 그런 것을 잘 펼칠 수 있고 지역의 발전이 될 수 있는 부서에서 좀 더 크게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대한민국의 많은 시인들이 본인의 시를 쓰는 것보다 그 시인들이 지역사회의 나의 고향, 지역의 어르신들이나 삶을 채록해서 문학을 만들어 가는 일도 할 수 있잖아요.
하나의 시책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런 트렌드나 테마를 좀 더 확산 시켜서, 주변의 많은 시인들이나 문학인들이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정책으로 확산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Q 어머니도 좋아하셨다고 하고 100세 할머니의 새벽기도 기도가 인상적인데요?
고향에서 면장을 한다니까 어머니가 참 좋아하셨고 어머니께서도 이 시집을 낸걸 알고 계시거든요.
당신의 이름 글은 넣지 않았지만 옆에 친구였던 분들, 할머니였단 분들의 글이 실리니까 너무 뿌듯해 하고 자기 이야기를 쓴 것처럼 눈물을 흘리시고 가슴 뿌듯해 하셔요.
이 시집 중에 첫 번째로 나온 시가 있어요.
올해 101세 되셨는데 100세 할머니의 새벽기도라는 글을 넣었어요.
100세 할머니의 기도
백성례
나라 잘되라고
기도허고
대통령 잘허라고
기도허고
정부도 잘허하고
기도허고
아들 딸 며느리도 잘되라고
기도혀요.
*** 인터뷰를 마치고
박병윤 면장에게는 닉네임이 몇 가지가 있다.
사진작가, 화가, 커피 바리스타, 시인, 시조시인 이런 네임들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데 행정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완전히 바꿔놓은 결정적인 사건은 2008년도에 희망제작연구소를 파견이라고 했다.
활성화된 완주군의 로컬푸드, 마을공동체나 생태공동체등의 활성화를 통해 공무원 철 밥통에 대한 이미지를 깨면서 성과들이 이어졌다고 했다.
이번 시집을 계기로 마을이 전국적으로 많이 알려지면서 깡촌에서 살았던 주민들이 “이게 뭔일이다냐? 이게 뭐시다냐” 새로운 재미거리가 생겼고..
국내 8대 오지인 완주군 동상면이,
詩의 고장이 되었다.
사진 동영상__유기승
글__정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