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창제이후 첫 〈말모이〉사업, 정도상 소설가
본문
세종대왕의 언어영토 큰 사전
“훈민정음 창제이후 첫 〈말모이〉사업”
우리 역사 마지막 종이사전
정도상 / 소설가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회 상임 부이사장
#1.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날을 기념하는 574돌 한글날이다.
북한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날(1월 15일)을 ‘조선글날’로 기린다.
한글은 남북 모두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이고, 남북은 15년째 <겨레말큰사전>을 만들고 있다.
훈민정음 창제 이후 570여년 만에 완전한 형태로 이뤄지는 겨레말 ‘말모이’ 작업인데, 말모이란 일제강점기 한글학자들이 어렵게 모은 ‘조선말큰사전’ 원고를 의미한다.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을 이끌고 있는 정도상 부이사장은 30여권의 책을 쓴 작가이다.
소설가로써 우리 말에 생애를 걸어야 하는 사람이고, 우리말의 결, 숨결을 충분히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 사전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한다.
#2.
시대의 그늘과 그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온 정도상 작가는 1986년 평화의 댐 건설 반대시위로 구속, 복역 중이던 전주교도소에서 소설을 쓰면서 1987년 단편소설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하고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창작집 『친구는 멀리 갔어도』, 『실상사』 『모란시장 여자』, 『찔레꽃』, 장편소설 『누망』, 『낙타』 『은행나무 소년』, 『마음오를꽃』, 『꽃잎처럼』 등이 있으며 장편동화 『돌고래 파치노』 등이 있다.
2020년 10월 6일 올 해 만 해도 그의 4번째 책이 나온다.
이번 책은 세종실록을 보고 세종대왕의 정치에 대해서 대화하는 인문학 서적 ‘정치의 품격’인데 정치 실종시대라는 요즘 정치인들의 품격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담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Q 어떻게 해서 겨레말 큰 사전 만드는 일을 하시게 됐어요?
대학 학생운동 할 때 NLPDR(민족해방민중혁명) 이라고 해서 민족해방 통일운동의 노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졸업 후에도 자연스럽게 시민사회 활동을 그 방면으로 했습니다.
문익환 목사가 1989년도에 방북 했을 때 가지고간 선물이 우리말 갈래사전이었어요.
김일성 주석에게 주면서 남북언어의 이질화를 걱정하면서 남북 공동의 국어사전을 만들자 얘기 했더니 좋다고 대답을 했고,
문익환 목사 돌아가신 지 15년 후에 방북기를 읽으면서 두 문장이 딱 나오는데,
제안했고 좋다는 대답을 들었다는데 착안을 해서 2005년도에 시작을 하게 된 겁니다.
Q 지금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나요?
남북 공동편찬위원회가 구성돼 있어요.
남북이 우선 표준국어 대사전과 조선말 대사전의 공통되는 단어 70%, 20만 어휘 정도를 골라내고 나머지 12만 개의 어휘는 지역 언어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표준어 기준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보통어 기준을 세우게 됩니다.
우리 겨레가 사용하는 입말 이것이 제가 겨레말이라고 판단을 해서 북에 제한을 했고 북이 이걸 받아 들여서 표준이 아닌 보통어 사전으로 가자고 했어요.
남북양쪽 모든 지역의 어휘를 특히 사투리를 조사했고 중국연변지방, 동북 3성의 조선족 사회의 어휘 사투리를 조사를 했고,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사회, 사할린의 고려인 사회, 일본의 재일동포 사회까지, 전부 사용하는 현재 언어 사투리를 조사해서 이 사전에 올리게 됩니다.
그 숫자가 10여만 개 됩니다.
Q 조사하고 편집하는 건 어떻게 하나요?
편집원들이 20여명이 넘어요.
해외 조사 같은 경우에는 그 쪽에 살고 있는 대학교수들 우즈베키스탄 대학의 고려인 대학교수들도 있고 해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대학교수, 중국은 연변대학교수들에게 용역을 줍니다.
전수조사의 용역을 해 오면 남북 양쪽에서 이 어휘를 올릴 것이지 말 것인지 판단을 하고 올리게 되면 그 뜻에 맞는 집필을 해서 사전에 올리게 됩니다.
Q 그동안에 어려움도 많으셨겠네요.
간첩 혐의로 오랫동안 조사 받기도 하고, 물론 간첩이 아니었으니까 풀려 나왔지만 그 이후로 사업회에서 해직 당해서 사업회 일은 할 수 없었죠.
다만 전문위원의 자격을 가지고 사업의 주요 핵심적인 사업은 결정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돕고 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다시 상임 부이사장으로 복귀를 했습니다.
Q 그럼 현재 어느 정도나 작업이 이뤄졌나요?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북측편찬위원들하고 회의를 하지 못해요.
북측편찬위원회가 집필해야할 단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가나다라를 나누었을 때 가는 남측에서 집필하고 나는 북측에서 집필하기고 분량을 정했을 거 아니에요.
북측 편찬위원회가 집필하지 못한 3만 5천개 정도의 분량을 현재 남측에서 집필하고 있습니다.
집필이 끝나고 나면 북측 편찬위원회와 중국베이징 대사관을 통해서라도 원고를 보내고 협의하는 방식으로 해서 갈려고 합니다.
집필된 것을 모여서 2만개 정도 합의를 하는데 단어하나하나 마다 일일이 합의를 합니다.
뜻풀이가 잘 됐는지 못 됐는지 이 단어의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의미가 포함되었는지 아닌지 이런 것 들을 일일이 확인 해 가니까 한 뜻 풀이만 있는 거죠.
Q 언제쯤 완성될 것 같습니까?
지금 시작한지 15년이 흘렀어요.
종이사전을 만들고 나면 전자 대사전을 만들자고 하고, 남북 간의 전문분야의 언어들을 전문용어들을 통합하자 합의가 돼 있는데 이 종이사전을 못 만들어 내니까 그 다음 사업으로 이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
종이사전은 올해 가제본을 만들고 내년에 32만정도의 어휘 종이사전을 일단 발간을 할려고 합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전은 발간 즉시 미완성이에요.
왜냐면 수없이 많은 어휘가 새로 태어나고 소멸하기 때문에 즉시 미완성의 상태로 가게 됩니다.
사전에 있어서 만큼은 완성본이 없다는 게 사전계의 정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종이사전으로는 남북한 역사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는 아마 마지막 사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이 사전이 편찬되면 어떻게 이용되나요?
제일 먼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평화교육의 콘텐츠로 사용이 되요.
평화통일 교육에 있어서 상대방에 언어문화를 가르치는 것 이것이 아마 평화 통일교육에 콘텐츠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사전을 생각해 볼 때 세종대왕의 언어영토라는 말을 씁니다.
세종대왕은 2개의 영토를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는 지리의 영토이고 하나는 언어의 영토입니다.
지리의 영토는 두만강 압록강을 지금의 우리 국경으로 만든 왕이시고, 우리말을 기록할 수 있는 한글이라는 기호 문자를 만들어서 우리말의 언어공동체를 완성 시켰다고 봐요.
세종대왕의 언어 영토 안에서 나오는 최초의 사전 이예요.
우리 민족은 불행하게도 통일사전을 가져보지 못했어요.
대한민국에서 만든 낸 표준국어대사전도휴전선 이남을 언어영토로 하는 분단 사전이고, 조선말 대사전 역시 휴전선 이북을 언어영토로 하는 분단 사전입니다.
세종대왕의 언어영토로 보면 휴전선 이남과 이북은 물론이고 중국의 동북 3성지역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일본과 사할린 지역까지 합쳐서 세종대왕의 언어 영토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것을 전부 포괄하는 국어사전 우리말 사전으로는 최초이자 최후가 되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Q 운동권 소설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인이 되고 싶어서 시와 철학을 읽기 시작 했어요.
세계 고전들을 아마 제 독서의 50%는 그때 읽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끊임없이 시를 쓰다가 86년도에 교도소에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교도소에서 나와 가지고 그 당시 녹화사업이 있었어요.
군대 강제 징집되어가지고 군대에 가서 고문당해서 죽고 죽으면 숨겨지거나 은폐되고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아서 그 이야기를 소설로 써두고 있었는데 공모전이 있어서 공모에 응모를 해서 당선 돼서 소설가가 됐죠.
2005년에는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작가 대회를 제가 총 지휘를 합니다.
남북 작가대회를 평양에서 백두산에서 갖고 작가대회 이후 만들어진 조직이 6,15민족문학인 협회가 있습니다.
남북 공동의 문학의 조직이고 남측협회 집행회장으로 현재 있죠.
책은 30권정도 썼어요.
올해도 4권 정도를 썼고 10월 6일에 나올 책은 정치의 품격이란 책입니다.
세종실록을 보고 세종대왕의 정치에 대해서 대화하는 인문학 서적인데요.
아마 세종의 다른 면모를 세종의 실존적 면모를 많이 볼 수 있고 세종이 전염병에 대해 맞서 왔는지 이런 것들을 실록을 찾아서 자세하게 책을 썼습니다.
Q 남북한 사전과 관련해서 마무리 해 주시죠.
세종대왕의 언어 영토가 분단되어 있는데 빨리 분단을 극복하고 탈 분단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서로 증오하고 혐오하는 것을 안 하는 방식,
그것을 조금이라도 예방하기 위해서 이 사전을 내고 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사전이 나오면 만 페이지 한질에 4권입니다.
아마 모든 도서관에는 보급을 할 거고 겨레말사용법 다큐를 만들어서 널리 보급 할 텐데 많이 관심 가져 주세요.
*** 인터뷰를 마치고
남,북한 통합국어사전 이라고 겨레말 큰 사전
정도상 작가는 재미있는 예를 들었다.
남쪽의 왕따가 북에서는 모서리 주기인데
학급 내에서 계속 문제를 일으키면 선생님이 구석 모서리에 가서 서 있으라고 해서 모서리 주기 급우들이 지나가면서 마구마구 놀린다고..
어휘가 사라지는 것은 이 문화가 사라지는 거라고도 했다.
학생들에게도 그의 강연은 인기가 있는데
노자의 無爲自然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소설가인 나한테 무위하라고 하면 소설 이외의 다른 것을 무위
인위적인 다른 행위 없이 한 가지만 열심히 하고 있으면 반드시 그 꿈을 이뤄 질 거라는 희망을 학생들에게 이야기 한다고 했다.
익산에 있는 집에서 그는 암각화를 이용한 색다른 미술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장평소설 누망의 한 줄에서 더 많은 그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길을 아는 사람보다 길을 걷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늘 다짐했었습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의 처음과 끝을 온전히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망 中에서
<친구는 멀리 갔어도>, <실상사>, <누망>, <찔레꽃>, <낙타>, <꽃잎처럼> 등등의 책과..
2003년 장편 <누망>으로 제17회 단재문학상, 2008년 연작소설집 <찔레꽃>으로 제25회 요산문학상과 제7회 아름다운작가상 등을 받았다.
? 사진 동영상 : 유기승
? 글 : 김세영 방송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