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마을을 가꾸는 힘, - 마을신문 전주 네트워크 김수돈 편집장
본문
#1.
그는 방송사 기자였다. 1987년 전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부터 1998년 까지 CBS 기자생활을 했다.
또한 그는 대학재학때인 1987년 풍물패 ‘녹두꽃’ 및 놀이패 ‘들풀’ 대표를 맞기도 했다.
그의 공동체문화에 대한 관심이 학창시절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
그는 시인(詩人)이다. 문학하는 사람들은 원래 말을 잘하기보다는 글로 얘기한다. 물론 말하는 일과 글쓰는 일 두가지 다 능숙한 문학인 들도 있지만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시인이자 기자였던 그는 말보다는 글에 더 익숙한 듯 했다. 그는 기자생할을 접은 이후에도 월간 ‘열린 전북’과 ‘평화동 마을신문’들을 통해 공동체를 일구는 일들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인터뷰는 전주 동문4거리에 새로 자리잡은 아담한 카페(커피 로드)에서 진행되었다.
Q. 먼저 평화동 마을신문에 대한 소개부터 해 주신다면?
평화동 마을신문은 주민들로 구성된 기자단(현 14명)을 중심으로 꾸려가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발간해 오고 있으며 현재까지 7년째 총 80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평화동 마을신문은 참여하는 마을기자 전체가 매월 4차례의 편집회의를 통해 기획방향을 잡고 점검하는 시스템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Q. 평화동 마을신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
저에게 제의가 온 것은 신문이 발행된지 3년째 되던해입니다.
해볼만한 일이고 해야될만한 작업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고, 편집인을 맡으면서는 동네의 아주 사소한 일부터 이슈될 만한 아이템을 주로 다루어 왔습니다. 가령 평화동에 학산이란곳이 있는데 그곳에 탑을 수년째 쌓아온 분 이야기, 또는 혼자사는 노인의 고독사 문제등을 다루었지요.
Q. 현재 주민들의 호응은 어느정도 인지요?
주민들 인지도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처음엔 인지도가 10% 정도에 머물렀는데 현재는 40~50%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주민들도 마을신문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마을신문은 기관이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재정적으로 독립해야 자율성를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화동 마을신문은 매달 주민들이 3천원, 5천원, 만원등 후원을해 주시고 사업하는 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 도움을 주시기에 신문발행이 가능하고 또한 이점이 평화동 마을신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은 콘텐츠 시장에서도 다양한 플랫폼이 요구되는데 ?
그래서 저희도 마을신문을 통해 생산되는 콘텐츠를 유투브나 페이스북등 SNS는 물론 동네밴드나 카페등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문을 제작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주시민미디어센터 등과 연계해서 지역 TV뉴스를 제작, 티브로드를 통해 방송하기도 합니다.
Q. 화제를 좀 바꾸어 보죠. 어린시절 꿈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문학지망생 이었죠.
그래서 현실세계만 뒤쫓아 다니는 기자라는 직업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Q. 길에 관심이 많으시다고요?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변에 마을과 마을을 잇고 자연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가는 활동을 몇 년동안 해왔어요. 앞으로 우리 지역에 역사부터 생활문화 자연, 이런 길들을 찾아서 사람들이 짧은 시간 내, 아니면 다양하게 걸을 수 있는 구체적인 코스를 만들어내서,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걸으면서 바쁜 생활 중에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삶의 문화를 돌아볼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게 저의 꿈입니다.
Q. 한네트워크와 그런 작업을 하시면 어떨까요?
저도 한네트워크의 취지에 동감해서 앞으로 길과 문화에 관한 다양한 작업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길과 문화에 관련된 부분이라면 언제라도 같이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Q. 마을신문 전주네트워크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
전주에 5개동에서 마을신문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평화동을 비롯하여 삼천동, 서학동, 송천동, 인후동 등 그 5개 마을신문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4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공동으로 기획물을 공유하고 사회적 경제, 공동체 활동지원등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활동들을 온라인을 통해 교류함으로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를 구축하고자 시도하고 있죠.
Q. 마을신문을 발행하면서 느끼신 점이 있다면 ?
지역공동체 미디어를 이끌면서 그동안 ‘민언련’ 이나 ‘영시미’등과 연계하여 많은 일을 꾸려왔지만, 이제는 정책적인 지원책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작년에야 겨우 ‘전라북도 공동체 미디어 지원조례’가 제정된 상황입니다. 동네가 재미있게 돌아가고, 마을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서...
Q.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
전에도 말했듯이 문학에의 꿈을 이루는 일, 저 개인만의 책을 출간하고 싶습니다. 공저도 2권이 있지만, 저의 영혼이 들어간 책 한권을 갖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Q. 마지막으로 오랬동안 몸 담았던 월간 “열린전북”을 떠난 소회를 부탁드린다면 ?
‘열린전북’ 17년중 7년을 함께 보냈습니다. 집이나 가족보다도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았죠. 그러나 시대가 빠르게 바뀌는데 ‘열린전북‘은 그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봐요 그러나 적어도 ‘열린전북’ 이 지향했던 <오픈 커뮤니티> 정신만은 다시 실현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
인터뷰를 마치고
- 인터뷰 장소에서 처음 만난 김수돈 편집장은 좀 쓸쓸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2010년 10월호“문학바탕”에 소개된 신인당선작에는 그의 그런 쓸쓸함이 묻어나 있다.
비내리는 새벽 우산없이 서울역 광장을 건넌다 처음부터 빈손이었둣이 우산도 없이 빈 어깨 위에 빗방울 구른다(중략) -서울역 광장 중에서- 발걸음 외로운데 길은 자꾸만 더 멀리 가라고 더 멀리 가라고 등을 떠미네 (중략) - 이월 산길 중에서-
그는 지금껏 세상의 한 가운데를 부대끼며 걸어온 듯 싶다.
이제는 조금 저만치서, 한자락 접고 바라봐도 부담스럽지
않을 듯 한데...
그는 아직도 시인(詩人) 이기를 갈망했다.
그만이 잉태할 수 있는 시집 한권을 소망했다.
그의 그런 간절한 바램은 그가 개척해 나갈
또 다른 길(The Way)위에서 여물어 가지 않을까?
카페 나오는길에 눈발이 흩날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