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주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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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내려놓고 삶으로 선교를 보여 준 의료선교사의 삶 ‘의사 주보선’

 여기, 잘 알지 못하는 한 의료선교사의 삶과 유산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다. 결코 영웅적인 서사가 아니고, 영향력 있는 위인전기도 아니다. 그는 조그만 병원도 짓지 않았고 그럴듯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지도 않았다. 그저 서울도 아닌 지방 도시 전주에서 가르치고 전파하고 고치는 일을 하면서 묵묵히 살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생애가 평범했던 것일까?

주보선(1923-2015) 박사는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의사가 되어 한국에 온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와 전쟁으로 혼란스러웠던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보내고, 공산당의 등극으로 위험해진 고향을 가까스로 탈출해 미국에 건너와 마침내 심장 전문의가 되었다. 아메리칸드림을 이뤘지만 바로 그 시점에 그에게 아직 절대 빈곤을 벗어나지 못한 1960년대 중반의 한국 땅이 보였다. 그리고 갈 수 없는 고향 대신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피해를 입은 이 땅으로 발걸음하게 되었다. 그것은 코리안드림이 되었을까?

‘의사 주보선(Ivp·1만8,000원)’은 주보선의 삶의 조각들을 찾아 모으고 이어서 그의 생애를 그린 책이다. 그리고 1960년대 한국의 의료 여건에 맞춰 가르치고 전파하고 고치는 일을 하면서 ‘삶으로서의 선교’를 몸소 실천한 그의 삶을 추모한다.

 1부는 주보선의 자서전 ‘나의 인생 이야기’를 번역해 실었다. 주보선은 투병 중에도 자녀들을 위해 중국에서부터의 가족 이야기와 그리스도인이 된 이야기, 미국으로 건너와 의사가 되고 게일을 만난 이야기, 그리고 한국에 선교사로 가게 된 이야기 등을 기록했는데, 바로 이 이야기들이 여기에 담겼다. 2-5부는 그의 삶을 작은 꾸러미들로 묶어 서술했다. 일상적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향기를 남겼던, 삶의 궤적을 추적한다.

 여러 장벽을 넘어 한국 땅을 밟은 이후 주보선과 그 가정에는 예상했던 일과 예상치 못했던 일, 난관과 아픔,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여유와 행복한 시간 등 누구나의 인생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이 펼쳐진다. 확신의 시간 가운데 좌절의 시간도 겪었다. 그러나 어떤 결정의 순간을 맞닥뜨리든지 한번 하나님 앞에서 응답했던 부르심의 길에서 떠나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주보선은 1967년부터 1988년까지 전주 예수병원에서 선교의 삶을 살았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MBA를 받은 전문가였지만 병원장이나 행정가의 위치에 서는 것을 결코 원치 않았다. 성실한 의사로서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살았을 뿐이다.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모습을 잊지 못한 제자들이 팔을 걷어붙인 것이 그 시작이다. 훌륭한 선배의 발자취를 잇고자 2017년 내과 역사편찬위원회를 발족하고 주보선 박사에 관한 책을 만들기로 한 것. 책의 저자인 김민철 원장을 비롯해 10인의 원내외 위원이 구성돼 주보선 박사의 가족으로부터 자서전을 전달받아 그 내용을 숙지했다. 그리고 주 박사의 의학적 측면, 선교사로서의 업적과 사역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내과를 비롯해 타과 시니어 동문들, 주 박사의 가족에게 질문지를 배포했고 했다. 그렇게 수집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집필에 돌입, 5년여 긴 시간 끝에 세상에 나온 것이다.

 김민철 원장은 “이 책이 출간됨으로써,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기록마저 남지 않을 뻔했던 ‘의사 주보선’의 삶이 한국 의료선교 역사에서 ‘삶으로서의 선교’를 앞서 보여 준 분의 삶으로 재조명되기를 바란다”며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주보선의 이야기가 감동과 도전으로 다가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저자는 내과 전문의다. 예수병원에서 내과 수련을 받는 동안 주보선의 가르침을 받았고, 1994년 르완다 내전으로 난민이 발생하자 3개월간 긴급의료구호를 떠났는가 하면, 나이지리아에서도 의료선교사로 일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예수병원장을 역임했다. 미국 MD앤더슨암센터, UAB호스피스완환센터에서 연수했으며, 현재 대자인병원에서 완화 호스피스 케어에 관심을 두고 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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