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담 유형준 교수의 의사 문인 열전-세실 스트라이커가 부르는「당뇨병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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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스트라이커가 부르는「당뇨병의 노래」


세실 스트라이커와 「당뇨병의 노래」가 게재된 《Diabetes》 제1권 6호(1952년 11-12월) 492쪽.
세실 스트라이커와 「당뇨병의 노래」가 게재된 《Diabetes》 제1권 6호(1952년 

당시로선 다소 생소한 질병, 당뇨병을 시로 노래한 당뇨병 의사의 심사(心事)를 의학과 문학의 접경에서 편편이 이야기한다.

1952년 6월 7일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제12차 미국 당뇨병 학회에서 세실 스트라이커(Cecil Striker, 1897~1976)는 총 11연 238행의 자작시 「당뇨병의 노래(The Song of Diabetes)」를 낭송하였다.

당뇨병 의사인 시인은 진료실에서 당뇨병을 가진 환자와 당뇨병 자체를 만나며 노래를 시작한다.

#healthchosun_img_pot_2# 세실 스트라이커와 「당뇨병의 노래」가 게재된 《Diabetes》 제1권 6호(1952년 11-12월) 492쪽.

"의사 사무실에, / 전문가 서재에, / 당뇨병 환자가 앉았다. / 그는 갖고 있었다. / 일곱 가지 주요 증상을, / 일곱 가지 당뇨병 무늬를, / 고혈당, 영양불량, / 늘 따라다니는 허약, 그리고 다음 무늬들, / 다음(多飮), 다뇨(多尿), / 다식(多食), 요당(尿糖))" -「당뇨병의 노래」제1연 첫 부분(유담. 당뇨병의 노래. 문학청춘 2018년 겨울호)

이어서 시인은 당뇨병 의사인 자신의 정체성을 담담하게 토정(吐情) 한다.

"그리고 의사는 말문을 열었다, / 나는 여기 있습니다. 당신을 인도하고 경고하기 위해 / 당신을 치료하고 지도하기 위해."

1950년대 당뇨병 환자들의 삶은 걱정거리로 가득 차 있었으며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 중에도 인슐린의 발견과 사용은 삶의 길이와 질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었다. 스트라이커는 그러한 형편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기본 치료는 식사 요법, / 적응이 될 땐 인슐린, / 인슐린이 필요 없는 사람도 있지: / 식사요법만으로도 조절이 되는 사람, / 인슐린은 마법 같은 구원자, / 인슐린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겐."

1921년 인슐린이 발견되기 전, 인슐린이 필수인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스물아홉 살을 못 넘기고 세상을 떠나야 했다. 오로지 적게 먹는 것만이 유일한 처방이었기에 영양 결핍으로 굶어 죽었다. 수명을 연장시키는 인슐린을 스트라이커는 '마법의 구원자'라 부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의사 시인 스트라이커는 마법이 선사하는 기쁨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의사의 감사하는 마음 / 그로 하여금 노래하게 하자 / 노래하자, 당뇨병의 노래를 / 이어지는 행복한 날들을, / 요당(尿糖)의 땅에서, / 기쁨과 평화의 땅에서. / 췌장의 신비를 노래하자, / 인슐린의 축복을 노래하자 / 영양 부족의 두려움을 묻고, / 굶주려야만 하는 식사요법을 묻고,"

시인은 당뇨병 치료의 발전을 갈구하는 의사로서의 확신이 깃든 소망을 꿈꾸며 노래를 맺는다.

"이제 의사는 기대한다, / 미래의 진보를 바라보면서, / 당뇨병에 관한 / 더 많은 지식, 통찰력을 꿈꾸고 / 인슐린을 꿈꾼다 / 그 복잡하고 무거운 구조와 / 화학적 조성 중에 / --- /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 아직 합성 할 순 없지만, / 경구(經口)용 인슐린을 꿈꾸고 / 새로운 화학물질을 발견하여 / 당뇨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꿈을"

스트라이커는 신시내티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부속 종합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 중에 당뇨병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경력 전반에 걸쳐 인슐린, 식사요법 및 운동으로 성공적인 당뇨병 치료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주도하였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우리 학회의 존재 이유입니다."라던 초대회장의 취임사를 떠올리며 사람들은 스트라이커를 이렇게 기억했다. "당뇨병은 그에게 매혹적 전문분야였다. 국내외 당뇨병 의사들의 전문상담자로서 명성을 떨쳤다. 더구나 뛰어난 조직력은 미국당뇨병학회 창립의 동인력(動因力)이 되었다."

시인이 노래한 지 칠십 년 가까이 되는 올해는 마침 인슐린 발견 100주년이다. 그동안 당뇨병 진단과 치료 방법은 놀랄 만큼 발전하였다. 그러나 아직 당뇨병의 원인도 치료도 더 밝히고 풀어야 할 매듭이 꽤 남아있어, 많은 당뇨병 의사와 연구자들은 의사 시인 스트라이커의 꿈을 지금도 꾸고 있다. 「당뇨병의 노래」가 불렀던 꿈을.


의학신문 의학신문 기자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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