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근대의료 발전 지휘소 역할 충실 서울대병원에는 붉은 벽돌과 화강암으로 시공된 2층짜리 근대 유럽풍의 고색창연한 건물이 있다 건립 당시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아치형의 현관, 곳곳의 태극 문양, 지붕 위의 액세서리 조형물 등 건축미학 측면에서도 아름답고 독특하다. 그래서 1976년에 사적 제248호로 지정됐다. 그런데 이 건물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네오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시계탑 부분이다.
1885년 고종과 조선정부는 우리나라 최초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濟衆院)을 설립해 서양의학의 도입을 통한 의료 근대화와 공공의료의 실천에 힘썼다. 이어서 고종황제와 대한제국은 제중원의 정신과 경험을 살려 의학교(醫學校), 광제원(廣濟院), 대한국적십자병원(大韓國赤十字病院) 등을 운영했다. 1907년 대한제국은 이 국립 의료기관들을 하나로 통합해 초대형 국립병원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대한의원이다.
대한의원의 역사적 성격에 대해서는 상반된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우선 부정적인 시각에서는 대한의원 설립을 실제로 주도한 것은 일본 통감부였고, 대한의원의 행정과 진료 모두 일본인들이 장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대한의원은 일본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료기관이었다고 규정한다. 대한의원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시각에서는 첫째, 병원 명칭에 ‘대한’이라는 국호가 사용됐고, ‘대한의원 개원식 기념 사진첩’과 학생들의 졸업증서에 태극기와 대한제국 황실의 문장인 이화(李花, 자두나무꽃)가 들어 있으며, 대한의원 부지가 황실 소유였던 점이다. 즉, 대한의원에는 고종황제와 대한제국 정부의 구상과 지분이 반영돼 있다고 본다. 둘째, 대한의원으로 통합됐다는 가장 본질적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고종황제와 대한제국이 추진하던 의료근대화 정책의 경험과 성과와 비전이 대한의원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대한의원은 일본인들이 주도한 병원일 수 있지만, 제중원부터 시작된 우리 정부의 서양식 의료근대화정책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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