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시의 결합 - 에라스무스 다윈
에라스무스 다윈(Erasmus Darwin, 1731~1802))은 영국의 의사, 자연철학자, 생리학자, 발명가, 시인이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Charles Darwin)과 '지능 이론' 우생학으로 잘 알려진 프랜시스 골튼(Francis Galton)의 할아버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스스로 계몽주의의 중요한 인물이다.
#healthchosun_img_pot_2# 에라스무스 다윈(출처. 퍼블릭 도메인)
노팅엄(Nottingham) 변호사의 네 아들 중 막내인 다윈은 케임브리지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고전과 수학을 공부한 후,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삼 년 동안 의학 교육을 받았다. 졸업하자마자 스태퍼드셔(Staffordshire)의 리치필드(Lichfield)로 이사하여 개원을 하였다. 당시 스물두 살이었다. 병원은 크게 번성하였고, 가난한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했다. 곧 당대 최고의 의사 중 한 명으로 소문난 다윈에게 조지 3세가 런던에 와서 자신의 주치의를 맡아달라고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윈은 리치필드에 머물며 진료하고 싶다는 이유로 그 제안을 사양했다. 그의 명성과 관련한 일화가 있다.
한 신사 환자를 진찰한 다윈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한 2주 정도 남았습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근데, 왜 런던에서 그 저명하신 워렌 박사께 진찰받아보시지 않으셨습니까?" 환자가 비탄한 머뭇거림으로 대답했다. "...... 아아! 제가 워렌 박사입니다." 워렌 박사는 한두 주일 더 앓다가 세상을 떴다.
장 자크 루소와 새뮤얼 존슨을 비롯한 많은 저명인사와 교분을 맺으며, 에라스무스는 물리학, 화학, 지질학, 기상학, 생물학 등의 모든 영역에서 탁월한 과학적 통찰력으로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업적을 남겼다. 식물의 광합성 과정과 구름의 형성을 최초로 설명했다. 복사기, 핸들, 로켓 엔진, 풍차, 마차를 포함한 수많은 기계 장치를 고안, 발명했을 뿐만 아니라, 운하 시스템과 증기 동력 사용을 촉진하여 영국의 제조업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종자 숙성, 과일 확대 및 목재 특성 개선을 위한 과학적 기술을 도입을 추구했다.
시를 향한 다윈의 열중과 결심은 스무 살에 쓴 『프레더릭 왕자의 죽음』에서 입증되었으며, 예순 살에 자연 세계의 자기 조절 경제를 담아낸 장편 서사시 『식물원(The Botanic Garden: A Poem in Two Parts)』에서 만개했다. 『식물원』은 출간 즉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한 대목을 본다.
"그곳, 온유한 저녁이 그녀의 온화한 산들 바람을 씻고 / 달빛이 흔들리는 나무 사이로 희미하게 빛나듯, / 빙글빙글 돌고 있는 물결이 그녀의 귓가를 쏘고, / 우는 바위가 눈물을 흘릴"
과학은 위대한 시적 영감을 낳았다. 『식물원』은 다윈을 바이런과 맞먹는 영국 최고의 시인으로 인정받게 했고, 윌리엄 워즈워스를 비롯한 낭만주의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뒤이어 선견지명이 넘치는 『동물 생리학 또는 생물의 법칙』을 냈다. 진화 개념을 담고 있는 이 책엔 매우 흥미로운 구절이 있다. '이 질량은 백만 개의 태양으로 시작된다. 빠른 폭발과 함께 각 태양 주위의 지구는 폭발하고, 두 번째 행성은 첫 번째 행성에서 나온다.' 이는 우주 '빅뱅' 이론의 최초 개념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천 오백 쪽에 달하는 이 책을 찰스 다윈은 두 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찬사를 받은 시인, 시대를 앞선 발명가, 헌신적 자연과학자, 그리고 친절하고 관대하고 사교적이었던 의사 다윈은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린다. 영국의 레오나르도는 유머도 넉넉했다. "당신이 아는 바보는 평생 실험을 시도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자신의 유머대로 다윈은 늘 시험과 경험으로 타올랐던 일흔한 살 이승의 삶을 폐 감염으로 마감했다. 사후 이듬해, 생명의 발달을 추적하고 진화론에 대한 견해를 제시한 시집 『자연의 신전(The Temple of Nature)』이 출판되었다.
"출생 뒤에 출생, 그 선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 아버지는 아들로 유전되어 산다; / 흘러가는 세월은 변치 않는 종류를 바라보고, / 그들의 같은 행실, 그들의 같은 마음; 오래도록 연속된 새싹이 썩을 때까지," - 『자연의 신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