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해외입양인들과 함께하는 뿌리의집 김도현 목사입니다.
코로나19의 시대를 맞아 저희 뿌리의집 근황을 나누고 1만원, 2만원 소액정기후원을 요청 드리고자 필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뿌리의집을 후원해 오신 후원자님들, 저의 벗들과 지인들, 목사님들과 기독인들, 한국의 입양문제와 아동권리 문제를 가지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대해 오신 분들, 해외입양문제를 위해 취재차 대화를 나누셨거나 방송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 방문해주신 언론인분들, 자원봉사나 연구나 학습을 위해 뿌리의집을 오가셨던 분들, 말로 다할 수 없이 간절한 마음으로 가족 찾기와 관련해 뿌리의집에 걸음하셨던 분들에게 이 서신을 보냅니다. 낯설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창문 셋을 열어 저희 근황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창문 하나
2011년, 입양을 예정하고 미국으로 보내어진 A는 34년 만에 이태원의 한 거리에서 노숙인으로 발견되었습니다. 3살 무렵에 그는 미국으로 보내졌고, 부모는 그를 입양은 했지만 시민권 취득절차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18살이 되자 부모는 ‘이젠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는 겨울이면 혹한이 찾아드는 입양부모의 집을 떠나 따뜻한 LA로 흘러들어가 노숙인으로 살았습니다. 37년이 지난 후 그 땅에서 그는 추방되었습니다. 시민권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뿌리의집은 그와의 만남을 통해서 11만명 미국입양인의 20% 정도가 시민권 없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미국 정부는 입양미확정인 아동에게는 IR-4비자(영주권 신청 자격)를 내주고, 입양이 재판을 통해 확정된 아동에게는 IR-3비자(시민권 신청 자격)를 발급해줍니다. 입양 확정의 조건은 예비입양부모가 한국으로 와서 아이를 개인적으로 만난 후, 가정법원에서 입양 판결을 받는 것 두 가지였습니다. 우리나라는 60년 동안 민간기관을 통해 아이들을 보냈습니다. 2012년까지 법원의 판결 제도가 없었습니다. A처럼 시민권 없는 입양인들이 2만여 명에 이릅니다.
해외입양인과 뿌리의집, 미혼모 단체들은 함께 목소리를 내었고, 2011년 입양특례법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결국 가정법원은 2013년 가을부터 미국의 입양예비부모를 재판에 불러 판결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입양 60년 만에 우리나라 아동들은 입양 확정이 되어 미국으로 입국했고, 입국 즉시 시민권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창문 둘
뿌리의집은 2003년부터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전문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입니다. 지난 17년간 뿌리의집을 찾은 입양인들은 매년 2-3백 명, 지금까지 총 4천 명이 넘게 찾아주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와 유럽 각국 총 15개국으로부터 온 입양인들이 어울려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하는 집입니다.
요즈음 새로운 흐름이 생겼습니다. 십여 년 전에 싱글로 뿌리의집에 머물렀던 입양인들이 가정을 이루어 배우자와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오는 것입니다. 아이를 얻었을 때 입양인들은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알게 해주어야겠다는 강렬한 열망을 지니는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번 뿌리의집에 다녀간 입양인이 다시 찾는 일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독일입양인 B씨는 1년에 두 번 있는 휴가를 언제나 한국의 뿌리의집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올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를 했습니다.
모국을 방문하는 입양인은 연평균 3~4천명에 이르고, 국내에 1년 이상 장기체류하는 입양인도 700여 명이 됩니다. 뿌리의집은 장단기로 모국에 거주하는 입양인들의 '지원센터' 노릇을 정성껏 감당하고 있습니다. 입양인들의 가족 찾기와 위기 지원 뿐 아니라, 비자발급을 비롯해 전월세, 은행계좌 개설, 한국 생활 일반 등등을 돕고 있습니다. 2019년 한 해에만 거의 250여건의 다양한 지원활동을 제공했습니다.
# 창문 셋
뿌리의집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고있습니다. 지난 1,2월은 한국이 위험한 나라로 알려졌고, 3월부터는 해외입양인들이 살고 있는 유럽과 미국이 코로나로 인해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까닭에 예약자들이 줄줄이 취소를 했고, 결국 게스트는 ‘제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지방에 사는 입양인들이 아주 드물게 서울에 들렀다가 묵어가는 것 외엔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해외입양인들이 17년간 내 집처럼 머물렀던 뿌리의집이 올 한 해는 텅 빈 집이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재정에도 결정적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머문 입양인들이 냈던 소정의 숙박비도, 또 정부보조금도 줄었습니다.
둘 합에서 운영비의 25% 정도를 지탱해주던 기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입양인을 위한 위기지원, 상담, 가족 찾기 관련 자문 등은 변함없이 계속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해외입양의제를 다루는 출판과 연구 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 중이며, 코로나-19로 미루었던 교육 사업은 5월 하순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5월 11일에 예정했던 ‘입양 진실의 날’은 우선 5월 11일에 ‘입양 진실의 날’ 선언문을 유튜브로 송출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해외입양인의 기록과 정체성에 관한 국제회의는 가을로 연기했습니다.
세 개의 창문을 통해서 근황을 나누었습니다. 장문의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17년 만에 맞이하는 운영상의 위기를 맞아, 외람됨을 무릅쓰고, 지난 17년 동안 ‘뿌리의집’에 걸음하셨던 모든 분들, 혹은 ‘뿌리의집’과 관련해서 옷깃처럼 가벼운 인연이라도 맺었던 분이다 싶은 분들에게까지 손을 내밀어 함께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뿌리의집이 코로나19시대의 위기를 뛰어 넘어 '지속가능한 비영리시민단체'로 당당히 입양인들을 대신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1만원, 2만원의 [소액 정기 후원]을 요청드립니다.
더불어 지인 분들께도 뿌리의집을 알려주시고, 후원에 함께하도록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재난의 시대는 항상 해외입양이 증가했습니다. 6.25가 그랬고, IMF 때가 그랬습니다. 저희는 코로나19의 시대만은 그렇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꿈에 동참해주시길 바라옵고, 가내 건승과 평강을 기원 드립니다.
2020년 4월 29일
뿌리의집 대표 김도현 올림